유언장 효력, 작성 방식과 무효가 될 수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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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책상 서랍에서 “집은 큰아이에게, 예금은 둘째에게”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나왔습니다. 가족끼리는 그 뜻을 따르기로 마음을 모았는데, 정작 은행 창구와 등기소에서는 이 서류만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답을 듣지요. 저희 연구소에 상속 문의를 주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드물지 않은 상황이에요. 마음이 담긴 글이라도 민법이 정해 둔 형식을 벗어나면 유언장 효력을 인정받기가 어려워지는 편이랍니다.
민법이 정해 둔 다섯 가지 방식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다섯 가지로 한정해 두었어요.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진심이 담긴 문서라도 법적인 힘을 갖기 어렵습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흔히 쓰는 방식은 자필증서와 공정증서예요. 자필증서는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형식을 놓치기 쉽고, 공정증서는 공증인과 증인 두 사람이 참여해 절차가 번거로운 대신 나중에 다툼이 줄어드는 편입니다.
공정증서는 공증사무소에 원본을 남겨 두기 때문에 분실이나 위조를 걱정할 일이 줄어들어요. 반대로 자필증서는 집 어딘가에 두었다가 가족 누구도 찾지 못한 채 상속 절차가 끝나 버리는 일도 생기지요.
녹음 유언도 따로 요건이 있어서 휴대전화로 찍어 둔 영상만으로는 인정받기 쉽지 않아요. 구수증서는 질병이나 급박한 사정으로 다른 방식을 쓸 수 없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쓰입니다.
자필증서에서 자주 빠지는 네 가지

자필증서 유언은 전문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본인이 손으로 직접 쓰고 날인까지 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만 빠져도 무효로 판단될 수 있어요.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한 뒤 서명만 한 문서, “○○년 봄”처럼 날짜를 흐릿하게 적은 문서, 주소를 아예 쓰지 않거나 “자택에서”라고만 적은 문서가 대표적입니다. 도장이나 무인을 빠뜨린 경우도 자주 보게 돼요.
날짜는 연과 월과 일을 모두 적어야 하고, 종이가 여러 장으로 나뉜다면 장마다 이어지는 표시를 남겨 두는 편이 좋아요. 이미 써 둔 문장을 고쳤다면 지운 자리에 서명하고 어떻게 고쳤는지 덧붙이는 방식이 민법이 정한 절차에 가깝답니다.
주소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글자까지 같지 않아도 생활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본 판례가 있지만, 다툼의 여지를 줄이려면 번지까지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하답니다. 방식별 요건은 법제처가 운영하는 찾기쉬운 생활법령 유언 효력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형식을 다 갖춰도 다툼이 남는 지점

서식이 완전해도 내용 때문에 분쟁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유류분입니다. 한 자녀에게 전 재산을 준다고 적어 두어도 다른 상속인은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어요.
유류분을 돌려달라는 청구에는 민법이 정한 기간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상속이 시작된 사실과 증여나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삼는 기간, 상속이 개시된 날을 기준으로 삼는 기간이 함께 흘러가요.
치매 진단을 받은 뒤에 작성했다면 작성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진단서와 진료 기록, 작성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의 진술이 판단 자료가 되곤 해요.
자필증서와 비밀증서는 가정법원의 검인을 거칩니다. 검인 기일에는 상속인들에게 통지가 가고, 참석한 상속인이 필적이나 날인을 두고 이의를 밝히면 그 내용이 조서에 남아요. 검인은 문서의 상태를 확인해 남겨 두는 절차일 뿐, 그 유언이 유효하다고 확정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 두면 좋아요. 유류분 제도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최신 법령을 함께 살펴보시길 권해 드려요.
남은 가족의 시간을 아끼는 준비

유언장은 재산을 나누는 문서이면서, 남은 가족이 서로 얼굴 붉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장치이기도 해요. 민법의 친족·상속 편, 흔히 가족법이라 부르는 영역은 손질이 잦은 편이라 몇 해 전 서식을 그대로 옮겨 적는 방식은 권해 드리지 않아요.
작성했다면 보관 장소를 배우자나 자녀 한 명에게는 알려 두시고, 유언집행자를 미리 지정해 두면 이후 절차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재산 목록이 크게 바뀌었다면 새로 쓰는 편이 낫고요. 유언은 나중에 쓴 것이 앞선 것보다 앞서니까요.
유언 내용과 별개로 상속세 신고 기한은 따로 흘러갑니다. 부동산이 여러 채이거나 임대보증금과 대출이 얽혀 있다면, 유언장 옆에 재산 목록과 신고 일정을 함께 적어 두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상속분을 정하는 셈법이 복잡하거나 부동산이 섞여 있다면, 작성 전에 상속법률 상담을 한 번 거쳐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종이 한 장을 제대로 남기는 데 드는 시간은 나중에 가족이 법원을 오가는 시간에 비하면 짧은 편이랍니다.